[여성칼럼] 젠더와 장애

  • 입력 2012-05-24   |  발행일 2012-05-24 제26면   |  수정 2012-05-24
여성장애인은 이중의 차별받는 존재
장애인 이해하기 위해선
그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대안 마련해야
[여성칼럼] 젠더와 장애

우리 사회에서 여성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 ‘여성’과 ‘장애’라는 이중의 정체성으로 인해 비장애인에게도, 장애남성에게도 차별을 받아 왔다. 비장애인과의 차별은 말할 것도 없고 장애인 내에서의 남성·여성의 차별정도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전체 장애인 228만명 중 여성장애인은 90만명(40%)이나 교육수준은 초등학교 졸업이하가 남성장애인의 2배 수준(남성장애인 37.0%, 여성장애인 67.3%)이다. 취업자 비율 역시 여성 장애인(25.48%)은 남성 장애인(52.18%) 취업률의 절반수준이다. 또한 여성장애인으로서 경제적 자립의 어려움 외에 사회적 편견과 가족 내 차별도 21.7%로, 여성장애인에 대한 이중차별 문제가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장애인실태조사, 2008)

이렇듯 여성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우리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법, 정책에도 그대로 작용하여 여성장애인의 삶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다. 비장애인 중심,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기준에 의해 여성장애인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소외되는 등 차별을 겪어 왔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선진화되어야 한다. 장애에 대한 편견 해소 및 사회적 분위기 확산을 위해 행정안전부에서는 공무원의 장애인식개선교육을 강화하고 있고 고용노동부에서는 민간부문의 장애인고용인식개선 교육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도 ‘젠더와 장애’라는 주제로 6월1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전·현직 국가 정상 및 고위인사가 참여하는 국제행사인 제주포럼과 연계하여 장애인의 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촉구하는 장을 마련한다.

작년 우리사회는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문제가 소설로, 영화로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면서 대다수의 사람은 장애인의 성폭력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다행히 법이 개정되고 다양한 정책과 제도가 마련되는 등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국회입법조사처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지원 대책 현황(2011년)과 개선과제 자료를 보면, 실제 장애인 대상 성폭력 사범은 2007년 217명에서 2010년 327명으로 50% 가까이 증가해 같은 기간 성폭력 사범 증가율(32.6%)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2011년 상반기 전체 성폭력 사범에 대한 기소율은 42.3%에서 42.5%로 높아졌으나 장애인 대상 성폭력 사범 기소율은 39.1%로, 2010년 42.5%보다 3.4%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장애인 성폭력 증가율보다 장애인성폭력 피해율이 더 증가하고 있으나 기소율은 오히려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장애인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을 바꾸는 일이다.

장애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여성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의 시작은 여성장애인에게도 ‘성인지적 관점’이 적용되는 것부터이다. 성인지적 관점은 남성중심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여성장애인의 입장에서 여성장애인의 억압된 삶의 조건과 차별적 상황을 재분석하고 여성장애인의 다양한 요구와 기대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반영되어야 함을 말한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자기표현이나 대처 능력이 조금 부족하지만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사고를 하는 건강한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숙경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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